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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2)

글쓴이 : 이신아 날짜 : 2017-10-02 (월) 00:14 조회 : 504
8월 27일 주일 9:40am.
남편은 2살 된 아이를 업고, 저는 배낭 하나 메고, 이미 물이 허리까지 차오른 도로를 비틀거리며 걸어 나갔습니다. 잠겨가는 집과 차 두대를 등 뒤에 남겨둔 채.

“공포, 처참함, 무기력, 체념, ‘헐..’, 슬픔, 허탈감, 열짜(열나 짜증 ^^;), 막막함, 답답함”

집에 물이 들어오고,
가구들이 무너지고 부서지고,
거의 모든 소유물이 버려지고,
집은 뼈대와 지붕만 남고,
대출을 알아보고,
컨트랙터를 구하는 과정을 겪으며 제 안에 일었던 부정적인 감정들입니다.
전혀 괜찮지 않은 마음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괜찮냐고 물으면 괜찮다고 대답합니다.
(물론 저의 미성숙함으로 인해 무너지는, 부끄러운 순간들도 많지만 말입니다)

왜 괜찮은지 생각해보니,
하나님의 절대적인 선하심과 견고하심이 나를 강하게 붙들고 계시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비록 예상치 못한 풍파를 겪고 있지만 내 영혼은 안전하다는 안정감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한 번 더’라는 말은 흔들리는 것들 곧 피조물들을 없애버리는 것을 뜻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흔들리지 않는 것들이 남아 있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히 12:27)”
이 말씀은 물난리 후 첫 주일 예배 본문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휴스턴에 와서 드린 가장 기쁜 예배였습니다.
저희 집 거실 한 쪽 벽면을 메우고 있던, 크고, 무겁고, 안정적으로 보였던 (그래서 거기 비싼 거 다 올려놓고 나왔는데 ㅠㅠ) 책장은 와르르 무너졌는데, 하나님의 나라는 흔들릴 수도 없다고 합니다.

“비록 무화과 나무가 꽃을 피우지 못하고,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올리브나무에 수고의 열매가 없고, 밭이 먹을 것을 내지 아니하며, 우리에서 양 떼가 끊어지고, 외양간에 소 떼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전히 주를 기뻐하며 내 구원의 하나님을 기뻐하리로다 (합 3:17-18)”
이 말씀은 집 앞에 쌓여 있던 수해의 잔재가 드디어 치워진 것을 보면서 떠올랐습니다.
그동안은 비록 쓰레기가 된 세간살이일지언정 아주 ‘풍성하게’ 쌓여 있었는데 이제 그마저 없어지니 정말 집이 소 없는 외양간 마냥 앙상하고 초라했습니다.
지금까지 만들어 왔던 모든 삶의 흔적들이 사라지고,
평생 살거라 생각했던 집은 뼈대와 빚만 남았고,
평생 쓸 생각으로 샀던 가구는 휴지조각이 되었지만 
그래도 나는 구원을 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하비가 오기 며칠 전에 영화 ‘군함도’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저 때 저 곳에도 그리스도인들이 있었을텐데 대체 그들은 하나님에 대해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했었는데, 이번 일을 겪으며 그 답을 찾은 것 같습니다. 신자의 힘과 평안은 상황이 아닌 하나님과 동행함에 있다는 비밀을요. 오늘 설교를 통해서도 다시 한 번 확인을 시켜주십니다.

찬송가 가사처럼 왜 하나님께서는 자녀에게 이런 복음을 주시고, 이런 믿음을 주시고, 이런 은혜를 주시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냥 하나님의 영광과 지혜와 섭리에 감탄과 감사를 드립니다.

조선희 2017-10-02 (월) 09:44
눈물이 납니다..
사랑하는 두 분이 이런 일을 겪은 것이 눈물나고,
또 주님의 자녀답게 쓰레기 더미에서도 하나님을 만나고 찬양한다는 것에 눈물이 나네요...
마지막 문장에 쓰신 찬양가 가사~ 왜 이런 은혜를 주시는지~
막막한 인생길에 먹먹한 은혜, 감사할 따름입니다.
나머지 일처리 할 때도 굽이굽이 길에서 만나주시고 기쁨 주시는 하나님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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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관목사 2017-10-05 (목) 15:12
감동적인 글 고맙습니다.
아끼던 모든 것을 다 읽었는데, 이런 감사가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네요..
회복시키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더욱 크실 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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