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넉넉하지 않게 살면 시간이 지나 상황이 나아지더라도 움켜쥐며 살거나
그 때의 굴욕을 쓰면서 잊기라도 하는 듯 씀씀이가 커지는 두 극단적인 길을 걷기 쉬운 것 같다.
나는 어떨까?
생활이 나아짐에 따라 움켜쥐는 것도 아니고, 내일은 없을 것처럼 사는 YOLO족과 같이 쓰지 않게 된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20대 초반 신혼 때는 한창 공부를 하던 때라 그랬는지 지금보다 더 젊어서 그랬는지 먹고 나서 뒤돌아서면 금방 또 배고프기 일수였지만 벌이는 없고 한정된 돈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내야해서 많은 유학생 부부가 그렇듯 많이 절제하며 살았어야 했다.
방이 따로 없는 좁은 스튜디오에서 살며 남편과 싸워도 따로 쓸 방이 없었으니 이 것은 주님의 은혜였을까, 그 때만 누릴 수 있었던 웃픈 추억일까?
학생 때 비하면, 신혼 때에 비하면, 사회초년생 때에 비하면 지금은 살림살이가 참 많이 나아졌음을 느낀다.
이 곳 저 곳 먼 여행지는 못 가더라도, 날이 덥지 않을 때 이 공원, 저 공원에 가서 마음껏 걷고 자연에 취하는 것,
남편과 과자 한 봉지 까먹으며 영화를 보는 재미,
장 볼 때 식료품 몇 개를 더 사서 빵을 만들어 다른 사람들과도 나눌 수 있는 취미,
읽고 싶은 책을 주문해서 읽을 수 있는 여유,
집 주변에 입에 맞는 식당이 많이 없다는 이유로 집에서 식구들과 왁자지껄 식사를 준비하며 매일 집밥을 먹을 수 있는 것,
식사를 대접하고 특별한 일이 아닐 때에도 선물을 주며 마음을 표현하고픈 사람들이 있는 것,
무엇보다 살림살이만 나아지는 게 아니라 "나는 보상이 필요하다," "나 자신에게 줄 선물이 필요하다" 이런 마음으로 정당한 이유없이 돈 쓰는 것을 피하는 남편과 함께 마음을 가꾸고 넓히는 삶을 사는 것도 감사하다.
살림살이가 어떻든 가장 쓸만한 투자처라는 사람 (영혼 구원해서 제자로)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주변에 예쁘고 아름답게 사시는 믿음의 동지들이 그러하듯 하나님의 일을 하는데도 풍성하게 쓰며 허튼데 돈 나가는 일 없이 잘 쓰는 연습도 잘 해야겠다.
날이 지나 물가가 오르고 살림살이가 더 나아지더라도 나를 만족시킬 수 있는 돈의 씀씀이는 여전히 지금과 같아서
별 거 아닌 것으로도 즐거워하고 감사한 마음이 북받쳐 오르는 우리집이 되길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