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보이스피싱 등 사람을 속이는 방법이 너무나 그럴싸해서 속아 넘어가기가 참 쉬운 것 같습니다. 전 한 번도 제가 그런 것에 걸려들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교만이었던 것 같습니다. 조심해야 할 것 같아서 목회자 코너로 소개합니다. 하루는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제 이름을 얘기하면서 이 전화에 답을 주지 않으면 체포될 수 있으니 절대 무시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얼마 전에 티켓을 받은 것을 안 내고 법정에도 안 갔더니 두 번째도 무시하면 체포된다는 편지를 받았던 터라 ‘체포’라는 같은 단어를 쓰고 있어서 전화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전화를 했더니 마약 사범을 조사하는 과정이라고 하면서 Inspector General 에서 Sr. Inspector로 근무하는 도날드 제퍼슨 이라는 사람이라고 하기에 ‘그걸 어떻게 증명하느냐?’고 했더니 인터넷에서 Inspector General에 들어가서 도날드 제퍼슨을 찾게 한 다음 거기 나오는 자신의 전화번호가 보이는가? 하더니 끊으라고 하고는 다시 그 번호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제 믿겠다고 했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멕시코 국경 근처에서 차가 발견되었는데 살인의 흔적이 있었고, 마약이 있었는데 차가 저의 이름으로 렌트 되었다는 것입니다. 조사를 해 보니 나는 선량한 보통 시민인 것 같은데 문제는 렌트를 했을 뿐 아니라 내 이름으로 몇 가지를 조사해 보니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조직과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저의 ID를 도용하고 있다는 것인데, 나를 잘 아는 사람이고 내 근처에서 나를 지켜보면서 그 일을 하는 것 같다는 것인데 소름이 오싹끼쳤습니다. 더 큰 일에 연루되기 전에 이 사람들을 잡는데 협조하라는 것입니다.
여전히 제가 못 미더워하니까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하면서 휴스턴 경찰에서 너에게 전화하게 하겠다고 하면서 끊었습니다. 조금 있다가 전화가 왔는데 정말 휴스턴 경찰이었습니다. 전화번호도 그렇고, 전화 너머로 들리는 소리도 영판 경찰국처럼 느껴졌는데 아주 노련하게 법조문까지 들먹여 가면서 연방 조사국이니까 협조하라고 하면서 끊는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휴스턴 PD의 전화번호가 뜨도록 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 할 것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고 점점 더 심각해 졌습니다.
다시 도날드라는 사람이 전화가 와서는 마약 조직은 계속해서 너의 ID를 이용해서 일을 벌일 것이기 때문에 제가 협조하면 그들을 잡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협조를 하겠느냐? 하면서 두 가지 옵션을 제시했습니다. ‘협조를 거절하고 변호사를 사서 스스로를 변호해라. 하지만 살인 사건으로 일단은 체포가 될 것이다.’ 아니면 ‘범인을 잡을 수 있도록 우리에게 협조하라’는 것입니다. 너무나 시나리오가 완벽해서 내가 어쩌다 이런 일에 연루가 되었을까 싶으면서 협조하겠다고 할 수 밖에는 없더군요.
그 후에 모든 얘기는 생략을 하고 결론만 얘기하면.. 앞으로 저의 모든 재산이 동결될 텐데, 급하게 사용해야 하는 현금 구좌는 National Safty Depository에 옮겨 놓아 줄 수 있다는 부분에서 ‘아! 사기꾼이구나’ 하고 느낌이 와서 끊었습니다. 끊고 나니 휴스턴 경찰에서, FBI에서 전화가 오더군요. 조금만 더 심각했다면, 조금만 더 순진했었다면, 아니면 뭔가 내 쪽에 약점이 있었다면 충분히 넘어 갈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같은 인생을 살면서 왜 이렇게 남을 속이고, 빼앗으면서 살려고 하는지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성도 여러분, 미국에서는 어떤 일도 전화로 진행하지는 않는답니다. 전화를 통한 어떤 달콤한 제안이든지, 어떤 협박이든지, 그 무엇이든지, 일단은 무시하고 끊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